‘Time-saving Bias’ 알면서 하는 과속

2015년 여름 당시 방학 때 한국에 들어와 잠깐 있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하고 여러가지 생각을 했었고, 그 중 하나가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었다. 성인이된지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고, 운전은 일단 할 줄 알면 무조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도 했었다. 그 당시 운전면허 시험은 합격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쉬웠지만, 나는 왠지 모를 이유로 상당히 어렵게 땄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찌되었던 운전면허를 땄지만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한 건 그 후로부터 5년이 지난 2020년이다. 그 동안은 방 안에서 분실한 주민등록증을 대신해서 술집에서 아주 가끔 당하는 신분증 검사할 때나 꺼내는 용도로 사용되었었다. 2020년 초에 현실적이고 의미있는 다짐이 뭐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었고, 지금 운전을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30살이 되어서도 “아 운전은 못하는데 면허는 있어요 :)”라고 말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인에게서 소개 받은 15년 경력의 선생 덕분에 금방 늘 수 있었고, 나는 주말마다 서울 근처, 편도 1시간 정도 되는 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동안 지하철, 버스가 주는 피로감에 주저했던 장소들을 혼자서 음악들으면서 돌아다니니 그 자체가 엄청난 리프레시가 되는 느낌이었다. 초반에는 ‘내가 ‘속도공포증’이 있나?’ (만약 존재한다면)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지금은 고속도로 앞 차들이 너무나도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운전에 빨리 적응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의 예상도착시간을 1분이라도 단축해보려고 속도를 올리고 있었던 와중 문득 속도를 올리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만약 더 밟아도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면 차라리 안전하고 여유롭게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 와서 나는, 내가 특정 속도로 속도를 올렸을 때 얼만큼 시간이 단축하는지 손쉽게 알 수 있는 공식이 있을지 생각했다. 만약 쉽게 알 수 있다면, 앞으로 살면서 약속이나 행사에 미리 늦는다고 말하면 될지, 아니면 조금 더 달려서 딱 맞춰서 도착할 수 있을 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종이에 이것저것을 끄적이며 생각해봤지만 딱히 직관적이고 손쉬운 ‘공식’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다. 당연히 나와 같은 고민을 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고, 구글에 검색해보기로 했다.

검색하던 중 ‘Time Saving Bias’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인간이 갖고 있을 수 있는 여러가지 편향들에 대해 관심이 많기도 했고, 운전에 막 눈을 뜬 사람으로써 왠지 나에게 해당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왔었다.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속도의 변화에 따른 시간 단축/증가를 과소평가 혹은 과대평가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저속 구간에서의 속도의 증가로 얻을 수 있는 시간의 단축은 과소평가하고, 고속구간에서의 속도증가에 따른 시간단축은 과대평가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안갔지만 스스로 실제 거리와 속도를 대입해보고야 내가 바로 Time Saving Bias를 가진 사람이구나를 깨닳을 수 있었다.

By Tbap – Own work,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8762858

사람들은 100키로를 달리다가 110키로로 올리면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50km 거리를 가야된다고 가정했을 때, 실제 단축되는 시간은 3분도 채되지 않는다. 반면에 시속 30키로에서 40키로로 올렸을 때는 25분이나 단축된다.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시속 110키로’가 주는 심리적인 속도의 크기 때문에 이러한 편향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과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500km가 넘는 장거리 여행이 아닌 이상 가속으로 인해 줄일 수 있는 시간은 미비하다고 하며, 오히려 다른 경로를 탐색하는 편이 더 효과적인 시간 단축 방법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내비게이션의 시간 1분1초에 연연하지 않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줄어들지 않는다고 해서 더 밟을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스스로 걸어본다. Time Saving Bias도 여느 편향들과 같이 알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편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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